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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5] 동기부여와 상황논리

– 키에보와 볼로냐는 무승부가 당연했다.
(0809시즌 세리에A 37라운드 키에보vs볼로냐)
 
앞선 장에서 동기부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강조해서 설명했었다. 축구에서는 참 생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파트에서는 그 대표격인 ‘합의된 무승부’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0809시즌 세리에A 리그에서는 37라운드를 앞두고 강등권 경쟁이 치열했다. 15위 카타니아(40점) 아래팀 중 어느 한 팀도 강등이 확정되지 않았었고, 그것은 전략적인 승부가 필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pm-11.png

 

(붉은 색 라인은 강등권)

공교롭게도 승점 1점만 더 확보하면 강등을 면하는 키에보는 강등권에서 허덕이며, 마지막 라운드에서 카타니아를 상대하는 볼로냐와 37라운드에서 만났다.
 
키에보가 거두어야 하는 최선의 결과는 무승부였고, 볼로냐 또한 패하면 레지나와 레체의 추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무승부가 합리적인 결과였다. 키에보는 승점상 강등탈출에 유리했지만, 볼로냐에게 패할 경우 마지막 라운드는 나폴리 원정이었기 때문에 강등을 확실히 면한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두 팀의 결과는 실제로 어땠을지 확인해보자.

1. 이탈리아 국민들의 지지 않으려는 속성
 
축구를 ‘승부’ 중심으로 바라본다면, 그 리그 국민들의 국민성을 체크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은 순위가 뒤짚히는 것을 참지 못하며, 이탈리아 국민들은 무엇보다 지지 않기를 원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도박이나 내기에서도 크게 이기는 것보다는 ‘승리’ 하는 데 의미를 두는 편이다. 이러한 국민성은 축구에도 반영되어 세리에A 에서도 그러한 경향이 나타난다.
 
그래서 세리에A 경기에서 원정팀은 원정에서 승점3점이 아니라 승점1점을 목표로 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대(홈팀)가 강팀일 때는 더더욱 지키는 축구를 한다. 최전방 공격수까지 수비에 가담하면서 승점을 얻고 다음 홈경기를 기약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또한, 광적인 축구열기가 있기 때문에 홈에서 패하는 것을 최악의 수치로 여긴다. 이는 1870년 에마누엘레 국왕이 이탈리아의 리소르지멘토(Risorgimento)을 종결지으며 완전히 통일하기까지 여러개의 지역국가로 나누어져 있었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 축구팬의 난동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발생하기도 하고, 그것 때문에 무관중 경기가 열리는 모습도 종종 발생했다. 이러한 관중들의 열기는 결국 소소한 홈어드밴티지로 이어지며 홈팀의 승리가 많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팀들이 홈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홈에서는 적어도 무승부를 기록하는 팀들이 많다.
 
이렇게 지지 않으려는 속성 때문에 감독들은 합의된 무승부를 내기도 한다. 질 경우 상황이 악화된다면, 차라리 비기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루고자 하는 키에보vs볼로냐의 경기가 바로 이런 성격을 모두 담고 있는 경기였다.

2. 무승부가 정배당?

 

이 경기에 대해 도박사들은 무승부에 1.67배라는 가장 낮은 배당률을 제시하였다. 보통 무승부는 어느 한쪽의 승리보다 배당률이 높게 책정되기 마련인데, 특이한 배당률이 제시된 것이다. 이는 키에보와 볼로냐의 상황논리에 의해 ‘무승부’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두 팀의 상황을 그때로 돌아가서 자세히 살펴 보자.
 
홈팀 키예보의 입장

16위 키예보는 승점 37점으로 반드시 이기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었다. 무리해서 패하기라도 하면 다음 경기가 까다로운 나폴리 원정이기 때문에, 2패를 할 경우 강등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홈 마지막 승리보다는 '잔류'를 희망했었고, 그것은 키예보의 홈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원정팀 볼로냐의 입장

18위 볼로냐는 승점 33점으로 승점 34점의 토리노와 사실상 강등권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볼로냐는 홈에서 5-2 로 토리노를 이기고, 원정에서는 무승부를 기록해서 승점이 동점일 경우 상대전적 우위로 토리노를 앞서는 상황이었다.

물론 키에보를 상대로 이긴다면 더 좋겠지만, 패할 경우 사실상 잔류가 어려워졌었다. 그렇기 때문에 볼로냐 역시 열심히 경기하는 것보다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택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 17위 토리노의 다음 경기 일정이 AS로마 원정이었고, 다음 라운드에 잔류에 성공한 카타니아를 홈에서 상대하는 볼로냐는 로마가 토리노를 잡아주길 바랬을 것이다.

이 경기에서 키에보는 아무리 생각해도 먼저 공격해서 역습으로 골을 허용할 여지를 남길 것 같지 않았고, 이 경기의 선택은 볼로냐에게 달려 있었다.
 
경제학의 게임이론에는 상대방의 전략을 알고 행동을 취하는 게임을 순차게임이라고 본다. 이러한 순차게임에서 선택의 상황에 볼로냐가 직면한 것이었다. 결국 토리노의 경기결과를 예측, 행동을 취했어야 했다.
 
볼로냐는 토리노가 제노아와의 홈 경기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UEFA컵 진출티켓을 놓고 다투는 중인 AS로마의 홈 마지막 경기에서는 원정에서 승점을 챙기기 힘들다고 판단할 경우, “키에보와 비기고, 동기부여 없는 카타니아를 이겨라” 는 전략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었다.

볼로냐가 만약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며 승점 3점을 챙기려고 했다면, 키에보 역시 가만히 당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 키에보의 홈 경기력이 볼로냐의 원정 경기력보다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볼로냐는 무리하지 않았다.
 
즉, 볼로냐는 키예보와 마찬가지로 90분 내내 지지 않는 축구를 할 확률이 높았던 것이다. 특히나 토리노가 홈에서 제노아를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토리노가 패하거나 비기고 있다고 하면 볼로냐 입장에서는 비기기만 해도, 마지막 라운드에서 자력으로 강등을 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필자는 두 팀이 무기력한 경기를 하는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 균형점이 아닐까 하며, 이 경기 키예보와 볼로냐의 무승부를 추천했었다.
 
그리고, 실제 두 팀은 매우 소극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단 1점도 넣지 않고 0 : 0 무승부를 기록했다. 두 팀의 상황이 만들어 낸 합의적인 무승부였다. 양팀 감독이 미리 합의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팀의 상황만으로도 무승부로 볼 수 있었던 경기였었다.

당시 이러한 예측의 적중으로 적중의 기쁨을 누렸고, 다른 분들에게도 수익을 드릴 수 있었다.


3. 실제 키에보와 볼로냐는 강등을 면했을까?

37라운드에서 사이좋게 0:0 으로 무승부를 기록한 키에보와 볼로냐는 잔류에 성공했다. 차후시즌이었던 0910 시즌에도 잔류하여, 다음 시즌을 준비했다.

전략적인 해당 경기에서의 무승부는 키에보의 잔류를 확정했고, 볼로냐는 홈에서 의지가 없는 카타니아에게 3-1 로 마지막 라운드에서 승리하면서 잔류했다. 당시 볼로냐와 경쟁했던 토리노는 제노아와 AS로마에게 연달아 패하면서 강등되고 말았다.

각 리그 시즌 막판이 되면, 하위권팀들에게 있어서 잔류만큼 선수들이나 구단에 중요한 것은 없다. 중계권료나 경기수당 등 1부리그와 2부리그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키에보와 볼로냐는 당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합리적인 선택을 했고, 그들의 목표인 ‘잔류’ 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4. 세리에A에서는 유사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세리에A에서는 목표에 따라 이렇게 합의된 무승부가 발생하기도 한다. 무승부가 정배당이라는 얘기는, 그만큼 무승부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무승부가 정배당일 때 항상 무승부의 결과를 낸 것은 아니다. 특히 09/10시에는 그
런 경기들이 많았고, 이와 같은 결과를 냈다.

 

Chievo - Catania

1:1

2.60

2.22

4.31

21.03.2010

Chievo - Parma

0:0

2.63

2.13

4.40

28.03.2010

Bologna - Lazio

2:3

4.41

1.64

4.05

11.04.2010

Bari - Genoa

3:0

2.91

2.17

3.58

02.05.2010

Bologna - Catania

1:1

2.62

1.59

10.38

09.05.2010

 

5번 중 3번은 무승부를 냈으나, 두 번은 승패로 갈렸다.  이 경우에도 상황상 합의된 무승부가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이럴 때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바로 확실성에 있다.

2010년 5월 9일 열린 0910시즌 볼로냐와 카타니아의 37라운드 경기는 합의된 무승부가 정답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경기는 일정도 많이 남은 상태였고, 꼭 무승부가 아니라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강등에 크게 지장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0910시즌 29라운드 (프로토 23회차) 키에보와 카타니아의 1:1 무승부의 경우 키에보의 향후 일정을 고려하여 무승부에 강승부를 했었고 큰 수익을 올렸었다.
 

하지만, 08/09시즌 37라운드 키에보와 볼로냐의 무승부에 비해서는 시기적으로 그 확실성이 덜 했음은 분명하다.

5. 동기부여, 목표는 중요하다.

얼핏 보면, 단순히 하나의 무승부를 길게 설명한 것 같지만, 리그가 진행되는동안 발생하는 상황과 그에 따른 동기부여는 ‘합의된 무승부’ 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는 ‘동기부여’ 는 승부예측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임을 잊지 말자. 지난 케이스에서 소개한 AC밀란과 우디네세의 코파아메리카 또한 AC밀란의 컵대회에 대한 동기부여와 무관하지 않다.
 
09/10시즌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도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전 라운드에서 맨시티를 꺾고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고 4위를 확정한 토트넘은 강등이 확정된 번리 원정을 떠난다. 전력상 우위의 토트넘은 동기부여가 없었는데도 이유가 없는 저배당을 받았었다. 결과는 마지막 홈경기를 가졌던 번리의 승리였다. 아쉬움 많았던 회차에서 필자에게 승리를 가져다 준 번리의 5.10 배당이었다.

 

pm-12.png

 

이처럼, 각 팀이 이번 경기를 치름에 어떤 목표를 지니고 있을지 시나리오를 그려보면서, 그것이 맞아떨어지는 결과를 선택한다면 시즌막판의 적중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동기부여’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경기외적인 부분도 중요한 변수임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 이는 "승부예측의 전략" P168~179 에 있는 내용을 수정, 보완, 압축한 것입니다. 사례가 한참 예전 사례라 시의성을 만족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 저작권은 체리쉬닷컴에 있으며,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합니다.


승부예측의 이해

체리쉬 팁스터의 승부예측의 전략 개정판, 승부예측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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